2025년 6월 19일
대법원이 대형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오염토사가 정화사업지로 반입된 사건과 관련, 토양환경보전법상 정화책임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3다306014 판결)
이 판결은 '오염토양의 물리적 반출'이 '토양오염 발생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힌 첫 사례다. 앞으로 유사 분쟁에서 실질적인 책임 귀속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 9월경, 대형 건설사가 건물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A현장에서 발생한 오염토사가 '토양정화업체'인 원고가 정화작업을 수행하던 B부지로 반입되면서 시작됐다. 원고는 B부지에서 발주처와 체결한 토양정화사업계약에 따라 오염토사를 반출·정화하고 이를 되메우기 위한 깨끗한 흙을 납품받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A현장에서 발생한 오염 토사가 하도급업체를 통해 B부지로 반입된 것이다. 이를 인지한 원고가 신고하자 관할 행정청은 원고에게 정밀조사명령 및 정화조치명령을 내렸다. 원고는 해당 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화비용을 지출했다.
이에 원고는 오염토사의 반입 때문에 자신이 정화조치를 했으므로 '토양환경보전법상 정화책임'은 오염토양을 반출한 건설사인 피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정화비용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피고에게 정화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되 원고와 피고 간 비용 부담 비율을 7:3으로 판결했다. 반면 2심 법원은 '토양은 오염물질에 의해 오염될 수 있는 대상일 뿐이므로, 오염토양은 법령상 정화의 대상일 뿐 투기·폐기가 금지된 물질이 아니고 피고가 직접 오염물질을 유출한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명백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오염토양이 다른 부지로 반입될 경우 그 자체에 포함된 오염물질 때문에 새로운 토양오염이 발생하므로, 이는 토양환경보전법이 금지하는 '토양오염물질의 누출·유출·투기·방치 또는 그 밖의 행위로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하도급업체의 행위라 하더라도 발주사인 피고가 사업 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지시하거나 관리·감독했다면 정화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송혜진 법무법인 엘프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따르면 오염토양의 이동·투기 행위가 토양오염을 발생시키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이러한 행위를 직접 행한 자의 사용자는 실질적인 정화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중요한 판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실질적 책임주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대형 건설사나 개발사업 시행사들이 앞으로 토양정화 관련 리스크를 보다 철저히 관리하고 정화책임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